관리권 다툼 빌딩 용역戰… 불안에 떠는 입주 상인들

  • 공승배 기자
  • 발행일 2018-03-30 제19면

부평구 '채권단 점유' 건물
두 사업자 각각 업체 고용
방재실 점거 대립·충돌도
"존재만으로도 위협" 토로

인천 부평구 도심 한복판에서 빌딩 관리권 다툼으로 인해 용역업체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어 입주 상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9일 오후 1시께 찾은 부평1번가 빌딩. 인천 최대 번화가로 꼽히는 '부평 테마의 거리'에 위치한 이 건물 내부에는 '채권단 점유중'이라고 적힌 노란색 스티커와 관리비 납부를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관리비는 안내한 통장에 납부해야 한다. 그 외 통장에 납부하면 아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두 사업자가 관리비를 받기 위한 경쟁을 진행 중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더니 2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 4명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 남성들은 "어디 가느냐. 여긴 아무것도 없으니 돌아가라"고 말했다. 이들 뒤로는 돗자리, 이불 등 침구류까지 마련돼 있는 모습이었다.

이 빌딩에서 관리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사업자는 각각 용역업체를 고용했다. 건물을 통제할 수 있는 지하 1층 방재실을 점거하기 위한 것이다. 용역들 사이 대립은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인천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4시 30분께 용역업체 직원 A(44)씨는 다른 업체 직원 B(42)씨와 말싸움을 하던 중 주먹으로 B씨의 얼굴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27일 오후 6시부터 28일 오전 8시까지 이 빌딩에서 폭행 3건, 업무방해 2건이 발생했다. 형사팀 당직반이 접수한 사건의 절반이 부평1번가 빌딩에서 나왔다. 최근 2주 동안 이 빌딩에서 발생한 형사 사건은 10여 건에 이른다.

건물 입주 상인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건물에서 만난 한 상인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만, 용역 존재만으로 위협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하주차장도 이들이 사무실로 쓰고 있어서 내려가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관리권 다툼으로 엘리베이터가 차단되는 등 시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들 용역업체를 경찰에 고소한 상인도 있다.

이 건물은 부평역사 맞은편에 있어 다수의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선거사무소로 사용 중이다. 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이들을 마치 우리가 고용한 것처럼 시민들에게 비칠까봐 걱정된다"며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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