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속 더 서러운 도시형생활주택 주민

창문만 열면 앞집 안방 '벌거벗은 사생활'
  • 윤설아·김범수 기자
  • 발행일 2016-08-09 제23면

인천 오피스텔 밀착 주거
인천시 남동구 도시형생활주택 건물들이 1m 간격으로 붙어있다. 이들 건물 입주자들은 건물들이 붙어있는 탓에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 여름에도 모든 문을 닫고 지내는 불편을 겪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건축 규제완화 건물 빽빽이
사방 빌라로 막혀 바람차단
때아닌 감금생활 피해 호소
햇빛마저 가려져 민원 빗발

도시형생활주택과 소형 오피스텔 등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어느 때보다도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건물 간격이 좁다 보니 창문만 열면 옆집이 훤히 들여다보여 무더운 여름에도 모든 문을 닫고 지낼 수밖에 없다는 게 입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상업지역에 지어지는 이런 오피스텔들은 건축규제 완화로 건물 간격이 최소 1.5m만 떨어져 있어도 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8일 오전 인천 부평구의 한 7층짜리 오피스텔. 거실 쪽 창문과 바로 앞 신축 오피스텔 건물은 불과 2.2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건물 어디에도 가림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을 열면 옆집 거실이 훤히 보여 이곳 주민들은 단 한 세대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안방 쪽 창문 뒤편으로는 빌라로 막혀 있어 창문을 열더라도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는 구조다.

이곳 6층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A(41)씨는 "날이 정말 더운데 문을 열면 딸과 아내가 불편해해 전혀 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연다고 해도 바람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어둡다"고 말했다. 이어 "4년 전 입주했는데 이후 바로 옆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면서 가족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수원시의 16층짜리 도시형생활주택 주민들도 역시 2m가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있는 상가 건물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상가가 5층짜리여서 5층 이하 주민들은 창문을 열지 못하지만 6층 이상 거주하는 주민들은 문을 열고 지내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로 상업지역 내 주택가에서는 가림막이 따로 없어 종이박스 등을 창문에 붙이거나 가리개(블라인드)를 단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상업지역 내 건물 도로사선제한(건물 높이가 도로 폭의 1.5배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이 폐지되고 14~15층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사생활' 민원 역시 많이 늘었지만, 건축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상업지역 내 주택의 경우 사생활 침해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오나 현행법상 건물 간격이 2m 이내인 곳만 법적으로 가림막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어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기 지역 도시형생활주택은 모두 4천800여 단지로, 10만2천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여기에 상업지역에 난립해 있는 소형 오피스텔 주택까지 포함하면 20만 세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설아·김범수기자 s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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