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 관리권 '발목'… '경기도판 분권' 흔들리나

  • 강기정 기자
  • 발행일 2019-02-01

李지사 "무방한 건 넘기는 쪽으로"
道, 시·군 제안 상당수 수용 '가닥'속
관심사안 월드컵경기장·도자재단등
일부 시설 "무턱대고 이양은 곤란"
추후 논의 과정서 '분쟁 씨앗'될 듯


경기도의 각종 사무권한·공공시설을 시·군에 이양하는 '경기도판 분권'이 시작부터 '분쟁'으로 치달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십수년간 소유권 불일치 문제로 논란이 있던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을 포함, 일부 시설물 운영권 이양 문제 때문인데 도는 "무턱대고 넘겨주는 것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31일 도와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각 시·군은 도가 소유한 공공시설 관리권과 각종 사무권한의 이양을 도에 정식 요청했다.

넘겨받길 요청한 사무권한은 긴급재난문자 승인권한 등 14건, 공공시설 관리권은 13건이다.

각 사항들을 시·군에 넘기는 게 타당한 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도는 "시·군이 해도 무방한 건 웬만하면 시·군에 넘기는 쪽으로 하라"는 이재명 도지사의 주문 등을 감안해 시·군이 제안한 사항의 상당부분을 이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지사는 1월 28일 올해 경기도 업무보고회 도중 "경기도 전체를 통할하는 역할을 포기하면 안 되겠지만 도 업무를 줄일 필요가 있긴 하다. 우리 입장에서 시·군으로 넘겨도 무방한 건 발굴해서 넘기고, 경기도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가장 관심을 끌었던 월드컵경기장 관리권 이양 등에 대해선 회의적인 상태여서 추후 시·군과의 논의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월드컵경기장의 경우 관리·감독은 경기도가, 운영은 수원시가 하고 있는데 관리권을 이양하려면 도가 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 대해 소유한 지분을 넘겨줘야 한다.

그동안 재산 교환 등의 방식을 통한 '소유권 불일치' 해소를 검토했었는데 갑자기 아무런 대가 없이 넘기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도시공사가 관리 중인 팔달주차타워에 대해서도 "이미 수원시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상태인데, 대부 등 적정한 방식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무상으로 넘기는 것은 법적으로도 따져봐야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경기상상캠퍼스, 경기도실학박물관, 경기도자재단 등의 관리권을 넘겨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도 전체를 아우르는 시설인데, 특정 시·군에서 관리하게끔 하는 게 맞는지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소 회의적이다.

이처럼 일부 시설물의 관리권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큰 틀의 '경기도판 분권' 논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시장군수협의회 측은 "추가적으로 시·군에 넘길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는 등 큰 틀에선 도가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선 도·시군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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