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장발장이 된 개업공인중개사, 그 원인과 대책

  • 서진형
  • 발행일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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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최근 발표한 경찰청의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2천996명, 피해금액은 4천599억원이다. 경찰청은 전세사기를 '경제적 살인'에 비유되는 '악성사기'로 규정하고 986건을 적발하였다. 그리고 이에 가담한 2천895명을 검거하였는데 이중 불법 중개행위로 검거된 공인중개사는 무려 486명(16.8%)이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파악한 전세사기 의심거래 1천322건에 연루된 97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31명(44.5%)이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다. 전세거래는 일반적으로 당사자 간에 직접 거래를 하기보다는 개업공인중개사를 통하여 거래하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연루될 수밖에 없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수천억원대의 피해금액을 양산하고, 전세입자들의 삶을 파괴한 전세사기에 개업공인중개사가 많이 연루된 것은 개인의 위법행위를 넘어 전문자격사인 공인중개사제도의 신뢰성과 제도의 존재가치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이 개업공인중개사에게 부동산중개를 의뢰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라는 전문자격사의 전문성과 직업윤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사기와 같은 사건으로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한 높지 않은 사회적 인식이 더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중개업 종사자들이 연루되고 있을까? 그 원인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전세공급량의 부족에 따른 임대인 중심시장 등 시장적인 측면의 요인은 변론으로 하고 부동산중개업계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부동산 시장 불황 전세사기 연루
자격증 소지자 50만명 과잉 공급
생계 힘들자 위·탈법 유혹 빠져


먼저 공인중개사의 공급과잉이 원인이다. IMF시절엔 실업자 대책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공인중개사는 매년 평균적으로 2만명 이상 합격하여 자격증 소지자가 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국민자격증·장롱자격증이라는 애칭(?)이 붙어있다. 이 중 중개업을 영위하는 개업공인중개사는 11만7천여 명이다. 공인중개사자격을 취득하고 개업하는 비율은 20%가 조금 넘는다. 그만큼 과잉경쟁이기 때문에 사업이 어렵고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면 위법·탈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물론 유혹이 있더라도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장발장(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은 가난과 굶주림으로 빵 한 조각을 훔친다. 이 죄로 5년의 감옥살이, 4번의 탈옥시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에 대한 원망과 증오심을 키우게 되지만 한 사제의 자비로 선악을 깨닫고, 점차 순화되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되찾는다.

개업공인중개사를 장발장에 비유하기에는 무리수가 있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실무적으로 개업공인중개사의 적정 수는 300세대 당 1개 중개사무소가 있을 때 수익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천세대 정도의 아파트 단지에 개업공인중개사는 6곳 이상인 경우가 태반이다. 인근 지역에 있는 사무실을 제외하고 아파트단지 내의 상가에 입지한 숫자만 파악하더라도 과잉공급이라는 것이다.

윤리교육·자율정화기능 강화 등
근본적 문제해결 방향 접근 필요

전문자격사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일정 수준이 되면 누구에게나 자격증을 부여하여 무한경쟁을 통한 경쟁력의 강화와 서비스질의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과 적정수준에 도달하여야만 자격을 부여하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나누어진다. 쉽게 설명하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자격시험 방식을 말한다. 어떤 방식이 합리적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절대평가로는 자격증 합격자 수를 줄이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변호사, 공인회계사, 건축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를 절대평가로 합격자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사회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변호사를 공인중개사처럼 50만명 배출한다고 가정해보자. 변호사도 굶주림에 장발장이 될 수 있다. 전세사기에 연루된 개업공인중개사가 많은 것은 공인중개사의 과다배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전세사기에 연루된 개업공인중개사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정부의 방침 대로 일벌백계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강력한 처벌만으로 한계가 있다. 공인중개사의 과잉공급 문제, 오프라인 직업윤리 교육강화, 협회 자율정화기능 강화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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