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권리금 회수 '상가임대차법'… 비현실 규정 갈등유발 '실효성 의문'

  • 김종찬 기자
  • 발행일 2019-04-04

신용·영업노하우 구체적 설명없어
'좋은 입지' 임차료·권리금 이중지급
임대인 요구 '현저히'란 기준 애매

정부가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을 둘러싸고 실효성 의문이 제기됐다.

애매 모호하고 비현실적인 규정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 확대 및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유발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3일 한국외식업중앙회 월간지 '음식과 사람' 기고문에서 "권리금 관련 분쟁은 법의 맹점에서 기인한다"면서 이 법이 명확성과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상가임대차법은 권리금의 대상으로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을 규정했지만, 노하우와 신용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이 없었다.

아울러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이 임차료에 포함되는 개념인데도, 권리금의 대상으로도 규정되면서 신규 임차인이 좋은 입지에 따른 대가를 임차료와 권리금으로 이중 지급하는 상황도 문제로 꼽았다.

기고문은 "기존 임차인이 상가 근처 지하철역 유치에 기여를 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 입지에 따른 영업상 이점은 임차료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임대인이 해선 안 되는 사항 중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현저히'라는 표현의 기준과 범위가 애매했다.

마찬가지로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우려'와 '상당한 사유'도 모호한 표현으로 지적됐다.

임대인의 방해로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에 대한 손해배상액 산정 규정도 현실성이 결여됐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이 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감정평가로 산정된 권리금' 중 더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하는데, 이에 따른 임차인의 부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임대차 종료 당시 감정평가로 산정된 권리금이 5천만원인 상가에 대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과 협의해 1억원의 권리금을 받기로 한 경우, 임대인이 불법적으로 권리금 1억원을 갈취해버리면 임차인은 소송을 걸어도 5천만원 이상은 받을 수 없다.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한 임차인이 5천만원 손해를 보고, 오히려 패소한 임대인이 5천만원 이익을 보는 셈이다.

보고서는 "현 상가임대차법은 내용의 불완전성 때문에 좋은 취지를 온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서만 시시비비를 가리게 돼 사회적 갈등의 확대,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꼬집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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