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싸리재 리포트·(3·끝)우려의 시선들]지역가치 훼손 막을 '안전장치' 서둘러야

  • 이현준·김성호 기자
  • 발행일 2019-04-01

서울 익선동·경리단길 등 유명세
지나친 상업화·임대료 급등 과제
단기 시세차익 눈앞의 성과 급급
협의체 등 부작용 예방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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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는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지역의 한옥을 개조해 복고풍 식당과 카페들을 여는 청년사업가들이 모여들었다.

침체했던 동네가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바뀌었지만, 한옥이 난잡하게 리모델링되면서 그 가치를 잃게 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지역 원주민들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라 상인과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 문제도 대두됐다.

서울시는 이 지역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주민 이탈 방지, 한옥 보전, 전통문화 체험공간 마련 등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나친 상업화와 임대료 급등 문제는 여전한 과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경리단길'은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 펍(pub) 등이 유명세를 타면서 부동산 가치가 상승했다. 반면 기존 지역 구성원들이 내몰리는 이른바 '비자발적 이주' 현상도 함께 문제가 됐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경리단길 일대 건물은 2010년부터 5년간 비교적 활발히 거래가 이뤄졌다.

2015년 기준 경리단길 일대 건물은 전체 120개 건물 중 강남권에 살고 있는 사람이 소유한 경우가 20%에 달하는 등 상당 부분 외지인의 투자목적 매입이 주를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 중구 경동 일대 '싸리재'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건 이들 사례에서 비롯된다.

쇠퇴한 지역이 갑작스럽게 활성화되면서 투기나 지역 가치 훼손, 원주민 이탈 등 문제가 생겼던 것처럼, 싸리재 일대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싸리재 주변은 2개의 도시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싸리재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희석 작가는 "외부 자본이 값싼 동네를 단순 먹잇감으로 보고,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접근해 이익을 실현하고 나간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며 "아직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싸리재에 부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도시재생 전문가인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는 "(외부 자본은) 지역 고유의 가치 발굴과 활용보다는 단순 건축자산 활용으로 눈앞의 성과만을 쫓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가 발굴하고 온전히 지켜 후대에 넘겨줘야 할 지역 자산을 훼손하고 가치를 지우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부작용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동민 청운대 교수는 "이런 형태의 투자가 임대료 상승, 부동산 급등, 원주민·상인의 이탈 등으로 이어지는 실패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는 더 많다"며 "외부에서 들어온 자본이 자선 사업가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결국 사람이 도시의 핵심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민관 상생협약 등 거버넌스를 가동해 외부 자본의 갑작스러운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특정 지역에 자본이 유입된다는 건 해당 지역의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꼭 나쁜 의미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 북촌이나 경리단길 같은 곳들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이 있었다"며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 구성원 간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해서 지역의 발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현준·김성호기자 upl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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