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발길 끊긴 연천 백의리, 주민들도 떠나 '빈집의 무덤'

  • 오연근·전상천 기자
  • 발행일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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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이전에 이어 주민들까지 하나둘 떠나 인적마저 뜸해진 연천 백의리. /오연근기자

특공부대 이전, 지역경제 몰락
외박 군인도 전곡역등에 몰려
전체 170가구 중 43가구 '공가'


18일 오후 '빈집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연천군 청산면 백의2리 마을에 주둔하고 있는 '열쇠부대' 5사단 앞 삼거리.

마을 골목 여관과 상점 등을 따라 동네 언덕 위 '백의교회'에서 내려다본 집들은 대부분 한 집 걸러 '빈집'들이 즐비하고, 낡은 주택 마당에선 80대 노인이 종이박스를 주워와 정리하는 등 허드렛일을 하며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가수 '인순이'를 배출한 백의리는 지난 1950년 6·25 전쟁 이후 미군 바바라 부대(Camp St. Barbara Korea)가 주둔함에 따라 기지촌 마을로 번성했다.

이어 지난 1973년 초 미군부대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후에는 한국군의 한 특공부대가 인근에 둥지를 틀어 군인들을 상대로 한 여관과 음식점, 술집 등이 성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공부대도 20여 년이 지난 1990년대 중반 백의리를 떠나면서 지역경제가 몰락, 하나둘씩 주민들도 떠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가게들조차 편의시설 노후화로 외박이나 외출을 나온 신세대 병사들이 최신식 모텔·PC방 등 유흥놀이시설이 밀집해 있는 전곡역 등지로 빠져나가 마을 공동화가 급속히 심화됐다.

백의리 마을은 현재 군 관사를 제외하고 170세대 중 비어있는 폐공가만 43세대(25%)에 달하는 등 경기도 읍·면 중에 최대 빈집을 보유하고 있다.

연천의 빈집 숫자는 지난 2014년 130가구, 2015년 131가구, 2016년 146가구로 집계되는 등 급속도로 늘어가는 추세다.

게다가 도내 지자체 중 빈집이 김포 80가구, 파주 65가구, 양주 56가구 등인 점을 감안할 때 백의리 빈집은 2~3배가 많아 '빈집의 무덤'이 되고 있다.

또 백의리 마을 전체 346세대 주민 623명 중 국민 기초·차상위 계층 인구는 30세대 37명(5.7%)에 달한다.

군 관사 거주자를 제외한 주민 360명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23명으로, 고령화율이 34%를 기록하는 등 저소득·고령 인구 증가로 인구감소도 가파르다. 또 백의리 전체 토지소유자 2천827명중 연천 거주자는 854명에 불과하다.

경기도가 연천 백의리 마을을 관광형 농촌체험마을로 다시 살리려고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예산 지원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오연근·전상천기자 juns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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