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해체 위기 맞은 남양주 달음마을]3기 신도시 반대, 돌아온 것은 "보상금 욕심" 냉소

  • 이종우·신지영 기자
  • 발행일 2019-01-07

3代째 터 잡고 잘 살아온 주민도
"국가가 하겠다니 못막아" 한숨뿐
비슷한 처지 50가구 고향 잃게돼


6일 오후 남양주 달음마을에서 만난 김모(60)씨는 "어제도 3기 신도시 반대 주민 총회에 다녀왔다. 반대는 해 보지만 국가가 하겠다는데 막을 방법이 없어 속이 상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초로(初老)의 김 씨는 3대째 이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이다. 김 씨의 증조부부터 집안 대대로 살아온 이 마을은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중 하나인 남양주 왕숙신도시 부지로 지정됐다.

김 씨에게 신도시 개발 소식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소규모 농사를 짓는 자신이 신도시 귀퉁이에라도 땅을 얻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해 반대 집회에도 몇 번 참여했지만, 돌아온 것은 "돈을 얼마나 더 받으려고 저러느냐"는 냉소뿐이었다.

달음마을이 속한 신월 1리 이장 박찬수 씨는 "왕숙지구 대부분이 물류창고나 공장이지만, 100여 년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원주민이 아직도 50세대나 살고 있다. 아무리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농부들이라고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정든 마을을 떠나라고 하면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남양주 왕숙신도시를 비롯해 하남과 과천 등에서 택지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뒤부터 주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양주 시민 300여 명은 지난달 24일 시청 앞에서 3기 신도시 반대 집회를 열었고, 하남 교산 신도시가 속한 천현·춘궁·교산동 주민들도 반대 단체를 결성하고 있다.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앞서 개발이 이뤄진 남양주 다산·진접, 수원 광교 등 여러 지역에서 개발에 따른 주민 반발이 잇따랐다. 이런 사태가 택지 개발 때마다 매번 되풀이되자 실효성 있는 정부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 보상의 기준이 나오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지만, 주택을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주민들의 피해나 반발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택지 개발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보상과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는 것을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꼽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외부 투기 세력의 이익을 줄이고, 오랜 기간 거주해 온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여야 택지개발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면서 "과도한 양도소득세, 불합리한 이주·생활대책 등 자세히 보면 뜯어고쳐야 할 현행 제도들이 수두룩하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잃게 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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